은빛바다 01 2006. 7. 3. 10:37
그리운 바다 성산포


    그리운바다 성산포/


   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
    그 빈 자리가 차갑다
   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
   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,
    그 빈 자리가 차갑다

   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
   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
   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.
   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
   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
    술에 취한 섬. 물을 베고 잔다

   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
   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
    저 섬에서 한달만
    그리움이 없어질때까지

   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
   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
   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
   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

   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
   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
   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
   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

   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
   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
   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,
   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
   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.
   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

   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
   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

   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
   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
   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,
   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

   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
   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
   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

   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,
   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
   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,
   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
   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,
   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짝 놓아 주었다

   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
   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.
   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
    또 기다리는 사람 또 기다리는 사람,